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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대학 입학정원 감축, 정부가 추진할 일 아니다

신중섭 | 2014.03.03 19:35 | 조회: 586 | 덧글보기(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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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3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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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 입학 정원 감축, 정부가 추진할 일 아니다

우리 대학들은 격동의 근대화를 겪으면서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양과 질적 측면에서 발전에 발전을 거듭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은 여러 가지 이유로 비판을 받으면서, 정부의 개입과 통제로 대학 본연의 자유와 자율을 침해 받았다. 우리 대학들이 자신들이 추구해야 할 이념으로 제시한 '진리’, '자유’, '정의’, '창조’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어떤 때는 왜곡된 입시 교육의 원흉으로, 면학과는 거리가 먼 데모와 저항의 본산지로, 또 어떤 때는 사회에 아무 쓸모없는 무용한 지식의 전수자로, 이제는 고등 실업자를 양산하여 사회 불안을 야기하는 '실업자 양성소’로 지목되어 사회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이럴 때마다 정부는 이를 해결한다는 명분으로 이런 저런 정책을 내놓으며 보조금으로 대학의 행로를 좌지우지했다. 정부는 대학에 대해 절대 권력을 행사하고, 대학은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정부 정책을 추종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부가 지난 1월 28일 대학 정원 16만 명 감축을 골자로 한 '대학 구조 개혁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대학은 다시 한 번 위기의식에 사로잡혔다. 많은 대학 구성원들은 자기의 일터가 하루아침에 사라질 수도 있다는 공포에 빠져 있다. 14개 교수 단체와 학생 시민 단체는 정부의 1ㆍ28 구조 조정 계획이 실현되면, “어림잡아 정규 교수 2만 명, 정규 직원 1만 명, 비정규 교수 3만 명 등 6만 명 교원의 대량 해고를 낳을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했다. 그들은 해결책으로 “수도권 대학과 지방대, 일반대학과 전문대학의 비율을 균형 있게 유지하되, 대학별로 정원을 비례적으로 감축할 필요가 있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또 일각에서는 현재 335개 대학 가운데 100개 이상의 대학이 문을 닫아야 하며, 그 여파가 지역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한다.

교육부의 '대학 구조 개혁 추진 계획’이 나온 배경에는 공감할 수 있다. 학령(學齡) 인구의 감소로 대학의 구조 개혁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구조 개혁의 주체가 정부가 되는 것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정부 주도의 개혁은 효과적이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따지고 보면 대학 정원이 문제가 된 것도 대학 정원을 교육부가 계속 통제해 왔기 때문이다. 대학 정원이 자율적으로 조정될 수 있는 기회를 정부가 원초적으로 차단한 것이다.

2014년 현재 대학 입학 정원이 55만 9000명이고, 작년 고등학교 졸업생은 63만 1000명이었다. 아직은 고등학교 졸업생이 대학 입학생보다 많다. 그러나 상황은 역전된다. 2018년을 기점으로 고등학교 졸업생이 현재의 대학 입학 정원보다 줄어든다. 2023년에는 39만 8000명이 된다. 정부가 줄이겠다는 16만 명은 현재 입학 정원에서 2023년 졸업생 수를 뺀 숫자이다. 정부는 16만 명을 줄이기 위해,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대학발전계획, 학사운영, 교직원, 학생 선발 및 지원, 교육 시설, 대학 법인 운영, 사회 공헌, 교육 성과, 특성화 등이 포함된 평가 지표를 통해 전국 대학을 평가하여 최우수, 우수, 보통, 미흡, 매우 미흡, 5등급으로 나눈다. 최우수를 제외한 4개 등급은 차등적으로 정원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정부 정책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대학구조개혁 및 평가에 대한 법률’이 국회에서 통과되어야 하지만, 통과되어 정책이 시행된다고 하더라도 많은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우선 16만 명을 감축한다고 해서 입학 정원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고등학교 졸업자 가운데 71%가 대학에 진학한 것을 고려하면, 2023년도 대학 진학자는 39만 8000명이 아니라 282,580명이 된다. 16만 명이 아니라 27만 명을 줄여야 한다. 대학 진학률이 계속 감소하는 추세를 고려하면 대학 진학자는 이보다 더 줄어들 수도 있다.

학령인구 감소 문제의 핵심은 대학 정원을 몇 명으로 줄여야 하는 것이 아니라 누가 어떻게 줄일 것인가이다. 대학 정원을 정부가 나서서 줄여야 할 합당한 이유는 없다. 정부 주도로 정원을 줄일 때 발생할 부작용과 자원 낭비는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교육부가 아무리 공정하게 하여도, 피해를 본 대학은 불공정하다고 한다. 피해 대학은 책임을 자신이 아니라 교육부에 넘긴다. 무엇보다도 자유주의 국가에서 대학의 운명을 정부가 결정해서는 안 된다. 더구나 국민의 세금으로 수조 원에 달하는 보조금을 주면서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그 뿐만 아니라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반값 등록금 정책이나 국가 장학금 정책은 학비에 대한 개인의 책임 의식을 약화시킴으로써 불필요한 대학 진학을 조장한다. 대학의 등록금 책정 자율성을 억압하는 정책은 대학 재정을 압박함으로써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 정부는 대학 운영에 관여해 변화하는 환경에 대학이 스스로 적응하고 진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차단함으로써 대학 발전의 공적(公敵)이 되고 있다.

대학 입학 정원 문제는 대학 운영의 주체인 대학과 대학 교육의 소비자인 학생ㆍ학부모의 자율적 선택에 맡겨야 한다. 정부는 재정 지원이나 규제를 통한 대학 통제를 이제 멈출 때가 되었다. 정부가 손을 떼면 대학은 학생의 선택을 받기 위해 열심히 노력할 것이고, 이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대학 교육의 질은 좋아질 것이며, 도태되는 대학도 나올 것이다. 대학을 움직이는 질서가 자율과 선택, 그리고 그에 따른 책임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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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소개 >>> 신중섭

- 철학박사
- 강원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

저서
『포퍼와 현대의 과학철학』
『포퍼의 열린사회와 그 적들』
『현대 과학철학의 문제들』 외 다수

역서
『현대의 과학철학』
『과학이란 무엇인가』
『치명적 자만』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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