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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유위(有爲)와 무위(無爲)

강위석 | 2014.03.17 10:19 | 조회: 1,475 | 덧글보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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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3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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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위(有爲)와 무위(無爲)

유위(有爲)는 작위(作爲), 또는 인위(人爲)라고도 부른다. 무위(無爲)는 자연(自然)이라고도 이른다. 유위와 무위는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 동안, 가장 첨예하게 대립해 오는 정치 이데올로기일 것이다.

철저한 유위에서 완벽한 무위까지 강도 순으로 배열하면 하나의 스펙트럼 띠가 형성될 것이다. 극단적인 무위는 완전한 자유방임, 또는 무정부 상태다. 반대로 극단적인 유위는 제레미 벤담의 판옵티콘(Panopticon)같은 감시·강제에다 설계주의(constructivism)가 복합된 사회다.

동아시아에서 유위는 공맹(孔孟), 무위는 노장(老莊) 진영의 논쟁적 기치(旗幟)로 여겨져 왔다. 특히 노장 측은 공맹을 유위주의로 몰아 비판하고 조롱해 왔다. 그러나 공자도 원칙과 이상에서는 무위를 추구하였다. 현실에서는 인(仁)과 예(禮) 같은원칙과 규칙이 불가피하다고 보았을 뿐이다.

논어 위령공(衛靈公) 편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공자가 말했다. 무위로 다스린 사람은 순임금이다. 대체 어떻게 했다는 것인가. 몸을 공손히 하고 똑바로 남면하고 있었을 뿐이다(子曰 無爲而治者 其舜也與 夫何爲哉 恭己正南面而已矣).”

공자가 숭모(崇慕)했던 성인들 가운데서도 으뜸이 순임금이었을 것이다. 앞의 인용에서 그 숭모의 까닭이 순(舜)의 무위에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를 보건대 공자는 무위 쪽 사람이었다. 무위의 치(治)는 다른 이름으로 덕치(德治)다.

공자가 정치에서 예를 최고로 꼽은 것도 어느 편이냐 하면 유위가 아니라 무위를 이루기 위한 것이었다. 도가(道家)측은 예(禮) 자체를 강압적이고 번잡한 유위로 보았으나 실은 예는 치자와 피치자가 모두 준수하는 관습의 축적으로서 하이에크가 말하는 암묵적 '행동 규칙들’에 상당한다.

하이에크는 행동 규칙이라는 사회적 자원이 자유를 보장하는 '자생적 질서’를 창발(創發)시킨다고 보았다. 논어에서는 사람들이 예를 지키면 화(和)가 이루어진다고 주장하였다. (有子曰 禮之用和爲貴 先王之道 斯爲美  논어 學而,12). 화(和)는 다름 아닌 자유로운 질서다.

이러했던 유교가 더 강한 유위 쪽으로 옮아간 것은 그것이 관학(官學)으로 채택되어 지배자의 도구로서 봉사하기 시작했던 한대(漢代) 이후였다. 어떤 사람들은 이 유교를 말류(末流) 유교라고 부른다. 그 이전의 유교는 원시(原始) 유교다.

유위적 통치는 중앙집권적 전제군주제 관료 정치가 만들어낸 통치 유형이라고 할 수 있다.  정복과 지배, 명령과 복종이라는 절대 권력의 자의적 오만이 유위로 쏠리게 한 원인이었을 것이다. 여기에 대한 피지배자의 반항이 도가 등이 내 건 무위의 기치가 되었을 것이다.

유위가 성공하려면 필요한 조건이 있다. 피지배자의 행동에 대한 완벽한 지식과 거기에 대응할 지배자의 완벽한 조작(操作) 능력이다. 하이에크가 말한 '지식의 문제’는 이런 완벽한 지식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지식이 없이는 조작 능력이 있을 수 없다.

매우 무위적인 세계관 가운데 하나로 생물학적 진화론이 있다. 진화(evolution)는 변이(變異: mutation)와 자연의 선택(natural selection) 두 단계로 구분된다. 변이는 생물 종(種) 자체 안에서 일어나는 주체(subject)의 변화다. 일어난 변이는 환경(자연)의 심판을 받는다. 이 심판 단계가 자연의 선택이다.

자연의 선택의 결과는 세 가지가 있다. 어떤 변이는 그 종(種)을 생존, 번성케 한다. 어떤 변이는 그것 때문에 쇠퇴 멸종을 일으킨다. 나머지 한 가지는 변이의 결과 새로운 종(種)이 생겨나는 것이다.

진화는 역(易)과 닮은 전개 과정을 밟는다. 역경(易經) 계사전(繫辭傳)에 궁변통구(窮變通久), 즉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고 통하면 오래 간다는 네 단계의 전개 과정이다. 이 네 단계 가운데서 진화론은 변(變)과 통(通)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변(變)은 변이(變異)에, 통(通)은 자연의 선택에 해당한다. 역(易)의 네 단계를 줄여서 궁변(窮變)과 통구(通久), 두 단계로 뭉뚱그릴 수도 있을 것이다. 애초에 'mutaion'은 궁변(窮變)으로, ’natural selection'은 통구(通久)로 번역했더라도 무방했을 것이다.

역(易)에는 진화론의 구상(構想)이 담겨 있다. 물론 역은 생물학적 진화에서 발상된 것은 아니다. 권력 기구나 지배자의 운명을 묘사하고 예측하려는 것이 역을 연구한 동기였을 것이다.

생물의 진화도 그러하지만 역(易)의 전개 또한 인위(人爲)가 개입할 수 있는 차원이 있고 개입하지 못하는 차원이 있다. 변이 단계에서는 유위(有爲)가 상당 부분 개입될 수 있다. 그러나 자연의 선택 단계는 유위가 개입하지 못 한다.

자연의 선택은 복잡계적 변수다. 인지(人知)로서는 알 수 없는 영역이다. 따라서 인위적 조작이 불가능하다. 인지가 개입할 수 없는 영역을 자연의 선택이라고 부른다고 하여도 좋을 것이다. 무위주의자 즉 자유주의자는 이 영역이 반드시 존재한다고 믿는다. 지식이 겸손할 수밖에 없는 영역이다.

18세기 서양에서는 과학의 발전에 따라 합리주의가 만개하였다. 인간의 이성은 모든 것을 알 수 있고 할 수 있다고 믿기에 이르렀다. 동아시아의 고대는 권력의 오만이 정치를 유위 쪽으로 이끌었거니와 서양의 근대는 지식의 오만이 정치를 유위 쪽으로 유혹하였다.

이성의 오만과 그것의 권력이 합력하여 만들어 낸 극단적 유위정치의 예가 공산주의다. 소련의 공산 혁명은 사람에 의한 작위적 변이였고, 변이 자체를 일으키는 데는 성공하였다. 그러나 자연(사회 또는 역사)은 이 변이에게 멸종을 선택해 주었다. 공산주의는 실패하였고 소련 제국은 해체되고 말았다. 인명, 재산, 자유의 엄청난 손실만 치르고 말았다.

큰 정부냐 작은 정부냐 하는 논쟁은 오늘날 혼합경제 시대의 전형적인 유위와 무위의 대립이다. 큰 정부는 설계주의의 농도가 그 만큼 진하다. 경제 성장률 제고, 소득분배의 형평화, 환경 보호 등이 큰 정부의 유위적 설계의 목표다. 재정정책과 금융정책이 주로 수단으로 쓰인다.

그러나 이런 설계에 대한 자연의 선택이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에 대해서는 경제학은 이데올로기적 논쟁을 벌이고 있을 뿐 그 '합리적’ 해답은 아무도 모른다. 작은 정부론자는 시장 메카니즘이 무위적으로 앞의 세 가지 목표를 천천히 달성해 낼 것이라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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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소개 >>> 강위석

- 시인, 경제평론가
- 연세대(수학 전공, 학사)
- 미국 하바드대 케네디스쿨(경제학 전공, 석사)


저서
- 시집: 알지 못 할 것의 그림자
- 칼럼집: 천하를 덮는 모자
              향기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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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son Choi (2014.05.16 00:42:15)
잘 읽었습니다. 유교가 원래는 무위의 철학이었군요. 처음 알게 된 사실입니다. 엄청난 지식에 감탄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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