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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조삼모사-국민을 속이는 정부

김종석 | 2014.03.31 11:24 | 조회: 520 | 덧글보기(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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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3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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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삼모사-국민을 속이는 정부

잘 알려진 고사성어 중에 조삼모사(朝三暮四)라는 말이 있다. 중국 송나라 때 저공이란 사람이 원숭이를 기르다가 먹이가 부족하게 되자, 원숭이들에게 아침에 먹이를 세 개, 저녁 때 네 개를 주겠다고 하니 원숭이들이 화를 내며 싫어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그렇다면 아침에 네 개, 저녁 때 세 개를 주겠다고 하자 원숭이들이 기뻐하였다는 우화로부터 비롯된 말이다.

중국 고서 <열자(列子) 황제편>에 나오는 고사로 사람들이 눈앞의 이득만 보는 어리석음과 지배자가 이를 이용해서 백성을 속일 수 있음을 비유한 우화이다.

그런데, 이런 조삼모사의 어리석음이 그 때 뿐 아니라, 지금도 반복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재정적자와 국가부채의 누적이다.

재정적자와 국가부채가 쌓이면 언젠가는 정부지출을 줄이고 세금을 올려야 하는 고통을 치러야 하지만, 우선 당장 정부가 지출을 늘리고 세금을 깎아주면 국민들은 좋아하고 박수를 친다.

정치적으로 이런 유혹을 이길 수 있는 정부는 많지 않다. 대중 민주정치가 발달한 나라일수록 재정적자의 늪에 한 번 빠지면 헤어나기가 어려운 이유가 여기 있다.

만성적인 연금재정의 불안도 현대판 조삼모사의 결과다. 국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제도 도입 처음부터 저부담 고급여 구조로 연금제도를 만들어 놓았으니 연금기금이 고갈되는 것은 당연하다. 말이 좋아 저부담 고급여지 이것이야말로 조삼모사 그 자체다. 문제는 먼저 받는 사람과 나중에 받는 사람이 다르다는 데 있다. 그러니, 받을 수 있을 때 많이 받아먹고, 뒷감당은 다음 세대에게 넘기는 유인구조가 형성된다.

공무원연금기금, 군인연금기금은 이미 고갈되어 오래 전부터 국민 세금으로 유지되고 있다. 국민연금도 언젠가는 비슷한 운명이 될 것이라고 한다. 건강보험 재정의 고갈도 마찬가지다. 의약분업을 하고 건강보험을 통합하면 국민 건강에 좋다면서 약값 진찰료 마구 올려주더니, 지금은 보험 재정이 바닥나 건강보험료를 올리고, 보험 혜택을 줄이고, 그래도 모자라 국민세금으로 메워야 하게 되었다.

이와 같은 국가부채의 누적이나, 연금과 건강재정의 부실 같은 사례들은 모두 나중에 부담이 되돌아 올 것이 빤한데도 우선 눈앞의 이득만을 크게 보이도록 하고 나중에 돌아올 부담을 작게 보이도록 함으로써 생긴 현대판 조삼모사다.

문제는 이와 같은 현대판 조삼모사의 속임수가 어리석은 백성이나 교활한 지배자 때문만이 아니라 잘못된 정치구조의 산물이라는 데 있다.

만약 원숭이에게 먹이를 아침에 주는 사람과 저녁에 주는 사람이 다르다면, 아침에 먹이를 주는 사람은 당연히 아침에 먹이를 더 많이 주어 원숭이들의 환심을 사려 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인심은 지금 정부가 쓰고, 뒷감당은 어차피 다음 정부 몫이라면, 지금 정권은 있는 동안에 선심을 베풀어 정치적 이익을 얻는 것이 더 유리할 것이다.

그런데 지금 또 하나의 현대판 조삼모사가 추진되고 있다. 복지 포퓰리즘의 확산이다. 보편적 복지가 됐든, 선별적 복지가 됐든, 정치인들은 장미 빛 그림만 그리고 있다. 어렵고 괴로운 사람이 없도록 국가가 보살펴 준다는 데 이를 반대할 이유가 없다. 삶의 질이 높아져서 당장 우리 생활이 선진국 국민들처럼 될 것이라고 한다. 무슨 일이든지 추진하는 사람 눈에는 될 일만 보이고 기대효과만 크게 보일 뿐이다. 경제문제가 그렇게 쉽고 간단하다면, 세상에 가난한 사람, 가난한 나라가 왜 있을까.

정치인들은 복지확대를 추진하는 근거로 국민 여론을 들고 있다. 국민들이 원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여론 조사는 무의미하다.

학교에서 점심을 무상으로 준다는데, 그것을 마다할 사람이 있을까. 교수인 필자도 학교에서 점심을 거저 준다면 이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이제는 시내버스를 거저 태워주겠다는 정치인까지 나왔다. 경제정책을 여론과 다수결로 결정하는 것은 경제를 거덜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그러나 복지라는 서비스도 다른 재화와 마찬가지로 생산과 공급에 비용이 드는 일이다. 얻는 만큼 대가가 있고, 그것이 경제 원리이고 철칙이다. 지금 더 준다고 하니까 박수를 치지만, 결국에는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어떻게 더 생산하지 않고 더 먹기를 바랄 수 있는가. 우리가 원숭이보다는 좀 더 지혜로워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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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소개 >>> 김종석

경기고등학교,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졸업(59세)
미국 프린스톤(PRINCETON) 대학교 경제학 석사 / 박사

(현) 홍익대학교 경영대학 학장
(현) 바른사회 시민회의 공동대표
(전)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
(전) 한국경제연구원 원장
(전) 한국규제학회 회장
(전) 규제개혁위원회 위원

전공분야: 정부규제, 산업정책, 공정거래정책, 공기업정책
주요 역서: <맨큐의 경제학> (공동번역)
 
개인 웹사이트: www.profk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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