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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세월호 참사의 교훈

김한응 | 2014.05.13 10:27 | 조회: 559 | 덧글보기(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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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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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의 교훈

세월호 참사로 온 나라가 손을 놓은 채 슬픔에 잠겨있다. 그러나 우리 국민이 하루 이틀만 살고 말 수는 없는 일이므로 이렇게 슬픔에 젖어있기만 해서는 안 될 것 같다. 사실 우리나라는 ‘압축 성장’을 해온 탓인지 이런 참사가 자주 일어났다. 그럴 때마다 대책을 세웠지만 이를 익히는 우리 국민의 속도는 느리기만 했다. 그런 일이 전혀 일어나지 않는다면 좋겠지만 사고는 일어날 수도 있는 것이므로 제도 개혁으로 이런 참사의 발생 빈도를 줄이는 길이 있다면 먼저 그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런 시각에서 볼 때,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현상은 왜 배가 그렇게 쉽게 전복되었느냐 는 것이다. 똑같은 구조로 일본에서 운행되고 있는 배는 전복되었어도 세월호처럼 전복되지는 않았다. 그 원인은 세월호가 일본에서 도입된 후 화물과 여객을 더 많이 싣기 위해 상부구조를 늘리고 복원력의 핵심인 평형수(平衡水)를 줄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하는 것이 얼른 보기에는 여객과 화물을 더 많이 실을 수 있으므로 좋은 아이디어 같았지만 결국에는 회사를 망하게 하는 참사가 되고 말았다.  

이런 잘못은 우리의 실생활에서도 발견된다. 우리 경제도 선박처럼 국내외의 충격이 있을 때마다 뒤뚱거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럴 때마다 우리 경제가 균형을 되찾은 것은 사유재산제도, 시장 및 계약의 자유 등과 같은 제도가 평형수와 같은 역할을 든든히 해주기 때문이다. 이런 제도가 없었다면 우리 경제는 성장하지도 못했을 것이고 IMF 구제금융 때에 세월호처럼 전복되고 말았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자유경제체제에 어떤 제한을 가하려는 것, 예컨대 ‘동반성장론’과 같은 것은 세월호에서 평형수를 빼는 것과 같이 위험한 일이다.  

세월호가 여객선임에도 불구하고 영업 수입(收入)에서 여객운송 수입보다 화물운송 수입의 비중이 높았다는 사실도 이상하다. 이런 현상은 여객선임에도 불구하고 여객을 운송하는 것보다는 화물을 더 운송했다는 뜻이며 이것은 적어도 상대가격(相對價格)이 화물운송에 유리하지 않는 한, 일어날 수 없는 현상이다. 요금과 운임이 시장에서 결정되었다면 여객선에서 화물운송이 더 유리하게 책정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화물 과적(過積)이 빈번했다는 사실은 운임의 절대수준이 너무 낮았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요금과 운임을 포함한 가격을 정부가 통제하면 그 가격은 낮게 책정되는 것이 통례이므로 당장은 이용자들에게 유리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여객선 운영회사는 손실을 줄이거나 이익을 더 내는 방향으로 영업방식을 바꿀 것이므로, 세월호처럼 상대가격이 더 유리한 화물 쪽으로, 또는 수요가 더 많은 쪽으로 영업 중심을 바꾸거나 안전시설 등에 드는 비용을 절감하려 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세월호와 같은 사고가 일어날 위험은 더욱 높아진다.

세월호 참사와 같은 일은 여객선 운영회사의 관계자들이 부도덕해서 일어났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사람들은 여객선 운영도 서울 버스처럼 준공영제로 바꾸자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은 왜 재벌 기업들의 품질이 그렇게 좋고 또 국민들이 그들을 미워하면서도 믿게(trust) 되는지를 모르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재벌 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여객선 운영회사 사람들보다 도덕성이 반드시 더 높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나, 양자 사이에는 분명히 다른 점이 있다. 그것은 재벌 기업 사람들은 국내외에서 항상 경쟁을 하고 있거나 독점 상태에 있어도 언제든지 경쟁자가 덤빌 가능성을 안고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 여객선 운영회사는 정부의 허가 또는 그에 준하는 보호 아래에서 경쟁자의 등장 가능성을 전혀 염려할 필요 없이 영업을 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즉 경쟁 속에서 영업을 하는 기업은 국민 또는 고객의 신뢰(trust)를 얻으려고 노력해야 하지만, 정부의  비호 아래에서 영업하는 기업은 그 비호를 지키기 위해 정계와 정부 요로에 로비는 열심히 하겠지만 국민의 신뢰를 얻는 일은 관심 밖이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세월호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정부의 비호를 20여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받아왔다는 사실이다. 만약 연안 여객운송이 시장에 맡겨져 있었다면, 여객선은 항공기처럼 하지는 못했어도 여객요금을 더 중시했을 것이고 그에 맞게 여객요금과 화물운임이 결정되었을 것이다. 그랬었다면 상부구조를 늘리거나 평형수를 줄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또 여객선운영회사가, 수사에서 밝혀진 바와 같이, 회계 조작이나 동남아시아에의 전매(轉賣)를 위해 세월호를 조작했다고 해도 경쟁 분위기 속에서는 이 배를 실제 국내 연안운송에 투입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세월호의 운행 관행이 불안하다는 것은 연안 운송업계에서는 오래전부터 관계자들에게는 알려져 있었으므로 제일 먼저 항해사 등 전문가들이 그 배에 타기를 주저했을 것이고, 그것은 조만간 화물운송 자동차 운전기사들이나 일반 여객에게도 알려지게 되었을 것이다. 경쟁관계에 있는 다른 여객선 운영회사가 있었다면 그런 정보를 그냥 흘려보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떤 경로를 통하든 세월호 참사와 같은 일은 사전에 예방되었을 것이다.      

이렇게 보면 세월호 참사가 다시 일어날 위험을 최소로 줄이는 제도적 개선 방안은 첫째로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을 폐지하여 여객요금과 화물운임을 포함한 물가를 시장에 맡기는 것이고(물가안정은 별개의 문제), 둘째로는 모든 것이 그렇지만 연안운송도 시장에 맡기고 정부가 완전히 손을 떼는 것이다. 물론 이렇게 자유화해도 안전관리 문제는 여전히 정부의 몫으로 남는다. 그러나 안전관리는, 민간이 하든 정부가 하든, 여객선 운영회사가 고객의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하려는 자세가 없이는 (즉 경쟁이 없이는) 효과가 있을 수 없다는 진리를 간과하면 세월호 참사의 재발을 막기 어려울 것이다.

안전관리 문제의 성격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이 일이 비록 민간기관에 위탁돼도 정부의 최종 책임은 남게 된다는 점을 이용하여 적절한 시기에 관련 부처의 권한을 오히려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생길 수 있다. 과거의 예를 든다면 IMF 구제금융이 기획재정부(위기 때 이름은 재정경제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위기가 지난 후 기획재정부(및 금융위원회)의 권한은 오히려 더욱 강화되었다는 것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참사에서도 해수부와 안전행정부 등의 책임이 크지만 이 사건의 충격파가 지나고 나면, 안전행정부나 해수부 등은 연안운송을 반공영제로 하자거나 여객선 건설에 정부와 민간이 공동으로 출자하자거나 또는 기타의 방법으로 그들의 권한을 강화하려 할 지 모른다.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절대로 안 되지만, 관료제도의 속성으로 볼 때 안심할 수 없는 일이다. 관치, 즉 규제는 묘하게도 좌파 인사들이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점과 ‘국회선진화법’이 시행되고 있다는 사실에 비추어 보면 관료제도의 속성을 뜯어 고치기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외국 언론에서는 세월호 참사를 우리 국민들이 다시 단결하는 계기로 보고 있다. 이런 단결력이 정말로 원동력이 되어 좁게는 안전행정부와 해수부 관료제도, 더 넓게는 우리나라의 관료제도 전체를, 원자력 업계의 비리를 척결하듯이, 척결한다면 세월호 참사는 우리 경제를 한 번 더 도약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는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나 그 가족들에게도 작은 위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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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니스트 소개 >>> 김한응

- 하이에크 소사이어티 전문가위원
- 전 자유시민연대 공동대표
- 전 한국금융연수원 부원장
- 전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소장
- 서울대 정치학과, 하버드대 케네디행정대학원 경제학 석사

저서
- 금융실명제와 자유경제(박영사, 1997)

논문
- 2008 금융위기의 여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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