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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해는 정말 내일도 뜨는가?

한정석 | 2014.05.19 09:02 | 조회: 550 | 덧글보기(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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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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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는 정말 내일도 뜨는가?

생각해 보면 참으로 황당한 주장들이 있다. 그것도 우리에게 아주 익숙한 주장들이 그렇다. 그런 주장 가운데는 '내일도 해는 뜬다’는 것이 있다. 증명해 보라고 하면 곤란하다. 해가 언제 안 떠 본 적은 없지 않은가. 그러니 내일도 해는 뜬다. 사실 이러한 논법에 반증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이 주장에는 허점이 있다.

이 어처구니없는 논제를 연구한 이는 영국의 철학자 데이빗 흄이었다. 그는 사건(fact)과 관념(ideal)으로 이뤄진 세계는 엄연히 다르다는 점을 깨달았다. 즉 수학적 진리와 같은 것은 경험적 fact의 영역이 아니다. 그것은 선험적 논리로 연결되어 있다. 그렇기에 수학적 진리가 우리의 경험을 지지해 준다는 보장은 없다.

반면에 '해가 뜨는 것’은 fact, 즉 사건이 만든 사실이며 이는 경험에 속한다. 그러한 경험적 사건은 항상 그 사건이 일어난 후에만 증명이 가능하다는 것을 흄은 멋지게 입증했다. 흄에 의하면 '내일의 해는 떠 봐야 안다’가 진리다. 왜냐하면 '내일도 해는 뜬다’와 ' 내일 해는 뜨지 않는다’는 동시에 동등한 권리로 주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소 골치 아픈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가 있다. 우리들 중에는 마치 미래가 증명될 수 있는 것처럼 주장하고 행동하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를 날카롭게 지적한 이는 바로 자유주의 경제학자 라스바드였다. 그는 '진보주의자들은 마치 이 세상을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그려낼 수 있는 백지와 같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 병의 정도는 중증이다’라는 코멘트도 붙였다.

라스바드의 이러한 생각의 기저에는 바로 데이빗 흄의 철학이 녹아 있다. 우리의 경험적 현실은 논리와 관념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 사건들로 이루어져 있고, 그 사건들의 관계는 매우 복잡하다. 단칼에 그 복잡함을 남김없이 분석해서 미래에 벌어질 사건들을 정확하게 예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 복잡한 관계망 속에는 어느 쪽에 속하지 않는 것들도 있다. Yes라 할 수도 없고 No라고 할 수도 없는 모호함이 얽히고 설키게 된다.

만일 이 주장이 이해되지 않는다면 무지개를 생각해 보자. 우리는 무지개가 7가지 색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무지개가 처음부터 7가지 색은 아니었다. 그것을 처음 구분한 이는 뉴턴이었고, 그는 처음에 6가지 색으로 무지개를 규정했었다. 무지개에는 사실 수 천 개도 넘는 가시광선의 파장들이 존재한다. 그 가운데 우리는 '관습’을 통해 7가지를 표준으로 결정했을 뿐이다. 그런데 이 관습이 문화권마다 달라서 무지개의 7색에 대한 논쟁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중국인들은 무지개에서 보라색을 인지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전통적으로 '5색 구름’이라는 문화적 코드가 7개의 빛을 뚜렷하게 구분하기 어렵게 한다. 심지어 아프리카 문화권에서 무지개는 종종 3색으로도 표현된다. 일찍이 유럽에서 무지개는 6색이었다.

같은 관점에서 북극 사람들에게 해는 '내일도 뜬다’가 아니라, '지지 않고 배회한다’는 주장이 더 설득력이 있다. 심지어 북극에서 여러분은 동쪽으로 갈 수도 없다. 모든 방향은 남쪽으로 향한다. 그러니 해는 동쪽에서 뜬다는 주장도 보편적인 진리라고 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이처럼 우리의 경험은 관념과 충돌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관념이 옳기에 그 관념에 현실이 복종해야 한다는 당위론을 가진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이다. 그런 이들 가운데는 노동자는 자본에서 해방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왜냐하면 이론적으로 자본주의는 모순에 의해 착취와 소외가 없는 사회주의로 나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마르크스는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고 외쳤지만, 정작 근대 유럽의 노동자들은 단결하는 대신 민족으로 갈려 서로 같은 계급인 노동자에게 총부리를 겨누었다. 그것이 1차 세계대전이었다. 계급론의 사회주의자들에게는 '민족’이란 존재할 수 없는 것이었기에 계급으로 미래를 증명하고 설계하려던 사회주의는 오류를 범했다.

관념의 세계가 현실과 유리되었던 가장 극적인 사건은 아마도 북미 인디언들의 이야기일 것이다. 그들은 스페인의 함선을 보고도 그것이 '배’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한다. 인디언들은 늘 해변을 산책했고 처음에 수평선 저 멀리 떠 있는 범선은 그저 코코넛과 같은 것이었다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그런 범선이 점점 다가올 때도 인디언들은 그것이 '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그들이 아는 배는 통나무를 파낸 것이어야 했다. 그렇기에 무언가 커다란 것이 그저 파도에 밀려 해안으로 올 뿐이었다. 어느 날 그들의 눈앞에 백인들이 나타났을 때, 인디언들은 이 백인들이 하늘에서 왔다고 생각했다. 인디언들은 그들이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그들이 믿었던 예언대로 신 케찰코아틀이 보낸 전령이라고 믿어 항거하지 않았다.

우리의 관념은 현실의 무수한 사건들과 경험들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자유의지를 가진 개인들의 무수한 집합행동은 수학적 분석이나 기계론적 결정론으로 파악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그런 개인들의 행동을 거대담론으로 가둬서 미래를 증명하고 설계하려는 기도는 어리석다. 문제는 그 어리석음이 한국의 진보나 좌파 이념가들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보수와 우파 이념가들 사이에서도 횡행한다는 사실이다. '법’과 '규제’로 마치 사회를 컴퓨터 프로그래밍하듯 짤 수 있다고 믿는 이들이 그렇다. 우리 조상들은 그런 이들을 '헛똑똑이’라고 불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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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니스트 소개 >>> 한정석

- <미래한국> 편집위원
- 前 KBS 교양제작 PD <세계는 지금> 등 제작
- 現 바른사회시민회의 운영위원
- 연세대 경제과

한정석은 졸업후 시카고 선물거래 중개사 자격으로 국제금융업에서 일한 후 KBS 교양제작 PD로 공채 입사했다. KBS에서 <세계는 지금>을 비롯 해외 취재 다큐멘터리를 제작했으며 홍상수 감독론으로 영화전문지 KINO의 신인영화평론상을 수상해 평론가로도 활동했다. 자유주의 이념을 한국적 상황에 착근시키기 위해 정치,경제,문화,역사 다방면에 자유주의를 접목한 글쓰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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