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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덤보이스 #51 현실은 피할 수 없습니다

김정호 | 2014.09.11 09:15 | 조회: 756 | 덧글보기(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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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어떤 신문을 보다가 눈에 띈 기사가 있었습니다. 모 아파트의 분양가가 3.3m²당 4000만 원대인데도 분양 열기가 뜨겁다는 기사였습니다. 제 눈을 끈 것은 분양 열기가 뜨겁다는 대목이 아니라 3.3m² 라는 표시였습니다. 아파트나 토지가 3.3m² 당 얼마라는 이 표현이 불법이라는 사실 아십니까?

 

계량에 관한 법률은 평이라는 단위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면적 단위는  m²처럼 미터법에 기초한 것만 쓰게 되어 있죠. 위 기사에서도 평이라는 단위를 쓰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3.3m²라는 표현은 여전히 불법입니다. 계량의 단위는 1m² 일뿐입니다. 3.3 m² 는 법에서 금하고 있는 단위입니다. 위의 기사의 아파트 가격을 합법적으로 표현하자면 m²당 1,212만원이 되어야 합니다. (4,000 만원 ÷ 3.3 = 1,212.121212... ).

 

그러니까 위의 기사는 계량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것이며 이 법의 벌칙 조항에 의해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 대상입니다. 하지만 단언컨대 이 신문사는 과태료를 내지 않을 것입니다. 담당 관청이 과태료 부과 고지서를 보내지 않을 테니까요. 거의 모든 신문 기사와 방송 보도에서 아파트 가격이 3.3 m² 당 얼마라고 표시되는 데도 과태료가 부과되었다는 소식은 들은 적이 없습니다. 있으나 마나 한 법인 셈입니다.

 

제대로 지켜지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런 법을 만든 취지는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평과 같은 전통적 단위를 쓰다 보면 다른 단위들과 충돌을 하게 되어 비효율이 발생하고 사고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실현 가능만 하다면 미터법으로 모든 것을 통일하는 것이 좋겠죠.

 

하지만 안 되는 것을 어떻게 합니까? 평 대신 m²를 쓰라고 수십 년간 계몽하고 권장하고 벌을 주겠다고 위협을 했는데도 안 바뀌었습니다. 그러면 바꿀 수 없는 것 아닌가요? 3.3m² 라는 단위를 쓰는 언론사에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는 이유도 그래봐야 바꾸기 힘들다는 것을 알기 때문 아닌가요? 이럴 거라면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비현실적인 법이 강요될수록 국민들은 범법자가 되어 갑니다. 평이라는 단위를 쓰는 것이 무슨 큰 잘못이라고 그것을 굳이 3.3m² 라는 이상한 단위를 써가며 '눈 가리고 아웅’을 해야 하나요? 그렇게 하고도 여전히 불법인데 말입니다. 평의 사용을 합법화해서 국민을 불법의 상태에서 해방시키는 것이 옳습니다.

 

제가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우리가 너무 현실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말을 꺼내기 위함입니다. 너무 이상과 명분에만 집착하지 말고 현실도 인정하자는 말을 하기 위함입니다.

 

현실과 동떨어진 법과 규제는 수도 없이 많습니다. 급행좌석 버스는 법에 의하면 '좌석’으로만 타야 하는데 다들 입석으로 타고 다녔습니다. 아니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낮에는 빈채 세워두어야 할 테니 출퇴근 시간만을 위해서 무한정 버스를 늘릴 수도 없지요. 그러면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입석을 타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현실적으로 행동하죠. 문제는 법과 명분이 그것을 불법으로 만들어버린다는 것이죠.

 

정치자금 같은 것도 그렇습니다. 정치를 하려면 돈이 필요합니다. 선거운동원을 고용해야 하고 유권자들 밥도 사줬어야 했지요. 경조사에도 찾아다녔어야 했고요. 그렇지 않으면 누가 표를 주기나 했나요? 하지만 명분상으로는 누구도 그것을 인정할 수 없었지요. 정치는 돈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고요. 정치자금을 거두는 것은 수십 년간 불법이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어땠습니까? 거의 모든 정치인들이 불법으로 정치자금을 조달했을 겁니다. 그리고 그 돈을 주는 사람들 역시 비자금 조성이라는 불법을 저질렀을 겁니다. 이제는 정치자금법이라는 것이 생겨서 사정이 조금 나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현실은 추할 때가 많습니다. 일제강점기 때 쓰던 평을 아직도 쓰는 것이 추하고, 좌석버스에 입석을 태우는 것이 추하고, 돈으로 정치를 하는 것이 추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현실입니다. 비켜갈 수 없다는 말입니다.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면 받아들이고 점진적 개선을 택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입니다. 그 현실을 무시하고 이상과 명분만을 강요하다 보면 현실은 더욱 추하게 변해 갑니다.

 

프리덤팩토리 대표 김 정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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