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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재 (한국경제 논설위원실 실장, 정규재TV)

(정규재칼럼) 대우패망秘史 3 - 부채의 영구기관論

정규재 | 2014.09.11 09:51 | 조회: 221 | 덧글보기(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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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경제신문 홈페이지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4091064551#BB.9063490.1

 

"김 회장은 무역금융만 밀어줬어도 문제 없었다고 항변하지만…
부채 확장경영엔 한계도 분명
대우그룹은 영구기관에 대한 허망한 열정의 종말을 보여준 것"

 

기획해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수많은 반론도 존재한다. 부채가 사상 최대였다는 법의학적 증거도 있다. 이는 명백하다. 우선 1997년 말 이후 1998년 9월 말까지 불과 9개월 동안 기업어음(CP)만도 12조3000억원까지 불어났다. 1997년 말의 3조6000억원에서 거의 4배가 됐다. 회사채도 두 배나 늘어났다. 8조4000억원이던 회사채는 16조3000억원에 이르렀다. 아직 대우 해체 1년 전이었고 그것도 분식회계를 감안하지 않은 수치다.

CP와 회사채 등 소위 시장성 차입이 급증하는 것은 최근의 LIG그룹과 동양그룹, STX에 이르기까지 기업이 종착역을 향해 달려가는 판박이 과정이다. 제도권 금융이 막히면 기업들은 시장으로 달려간다. 절벽으로 치달아가는

 

마지막 순간은 그렇게 배임과 사기죄의 경계선에서 외줄을 타게 된다. 대우그룹은 정부가 은행 차입을 틀어막았기 때문에 자금난에 빠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럴듯한 논리다. 수출금융이 막혔기 때문에 여기서만도 15조원의 자금핍박이 있었고 쌍용차를 인수한 이후 다시 3조원을 회수당했다는 것이다. 또 1998년 7월 CP에 대해, 10월엔 회사채에 대해 발행제한 조치가 내려진 것도 대우그룹의 붕괴를 노린 음모론적 공세라는 것이다.

 

사실 이런 일련의 조치들이 대우에 직격탄을 날린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대우그룹에 비상벨이 울리고 있다는 노무라증권의 보고서도 10월 회사채 발행제한 조치가 발표된 직후에 터진 것이다. 과연 대우의 이런 논리는 맞는 것일까. 불행히도 김우중에 대한 불신도 바로 여기서 시작된다. 김우중은 ‘금융’을 갚아야 할 돈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지 않나 하는 의심을 받고 있다. 김 회장은 조달이 가능한 동안은 최대 규모의 확장경영만을 시도해왔던 터여서 부채의 한계 이론을 결코 받아들이지 않았다. 10억원이 있으면 100억원을, 100억원이 있으면 1000억원짜리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사람이 김우중이었다. 아니 10배 정도가 아니라 150배를 운영했다는 일부의 분석도 있다.

 

김 회장의 ‘부채 경영’은 실제로 대우그룹에 대한 시중의 그런 오해를 강화시켜왔다. 회사채와 CP 발행 제한 조치들은 모두 대우그룹에만 해당됐다. 이것은 표적 설정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대우의 취약성이기도 했다. 수출을 할 테니 무역금융을 달라는 김 회장의 호소를 강봉균 수석은 “자금 융통을 위해 거꾸로 외상 수출을 하려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아니 강 수석의 생각마따나 김 회장은 10조원을 주면 100조원을 더 달라고 했을 것이다. 사람들은 후자가 진실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만일 김 회장의 ‘부채-확장 노선’이 관철됐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당연히 대우는 국내 1위 그룹이 됐을 것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필시 제2의 외환위기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 무한 자기동력, 즉 영구기관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부채를 무한히 확장할 수 있는 그런 기업은 존재하지 않는다. 김 회장은 지금 다시 금융이 밀어줬더라면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러나 김우중 아닌 그 누구라도 금융이 밀어주는 동안 망할 기업이 있겠는가. 충분한 금융이 주어졌더라면 짧은 시간 내에 대우는 중국에서 인도까지, 그리고 대우스탄을 아우르는 신흥시장을 지배하는 최강자가 됐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 날 몽골처럼 무너졌을 것이다. 김 회장은 킴기즈칸이라는 별명으로도 불렸지만 몽골이 무너진 것과 같은 이유로 무너지고 말았다. 영토 확장이 끝나면 제국도 끝나는 것처럼 대우도 금융 확장이 끊어지면서 무너지고 말았다. 누구를 탓할 것인가.

 

김 회장이 국가적 손실을 거론하면서 분노하는 대우자동차 헐값 매각 주장은 다소 의외다. 아파트도 건물도 땅도 공장도 팔려나오면 헐값이 되는 것이 당연하다. 옷장사도 나중에는 무게를 달아 팔게 된다. 그런 과정에서 소유권에 지각변동이 오고 쌓인 시체 위에서 서서히 원래 가격이 회복되는 것이 경기 순환이요 기업의 삶과 죽음이다. 더구나 김 회장의 처지라면 더욱 헐값 시비를 걸어서는 안 된다. 김 회장 본인도 그렇게 헐값으로 기업을 인수하면서 대우그룹을 일궈 오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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