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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진 (프리덤팩토리 기획팀장)

#8. 허튼 수작(酬酌)

이유진 | 2014.08.17 15:03 | 조회: 452 | 덧글보기(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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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視線

 

너덧예닐곱 부터 중학교 때까지 학교에서 장래희망을 써내라고 하면 현모양처라고 썼어. 진부하기 짝이 없어 뵈기도 하지만 실은 라면공장에 시집가야겠다는 구체적인 바람이 있었지. 집에선 라면을 절대로 못 먹게 했는데 청개구리 같은 심보가 발동해서 라면공장에 시집만 가면 그 날 부터 내 인생은 내 맘대로 될 것 같다는 생각이 진지하게 들었던 거야. 지금이야 아무렴 하지만 그땐 결혼이나 라면 같은 것들은 내게 자유와 해방과 독립을 상징하는 그런 의미심장한 거였다고.

 

풉.

 

헌데 '라면금지가풍에서 간과된 건, 라면을 못 먹게 한다고 그게 슈퍼에서 사라지는 것도, 내 먹고 싶은 마음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라는 거였어. 해서 그땐 기회만 생기면 자유(?)를 맛보려고 애썼지. 우리 집에도 반도의 흔한 '백수 막내 외삼촌이 계셨는데 통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부르다가 허기가 지면 내게 라면을 사오라 심부름을 보내곤 하셨어. 그럼 부리나케 달려가서 내 입맛대로 집어왔고 그럼 꼭 맛없는 것만 골라왔다고 꾸중을 들었어. 외삼촌은 삼양라면이 좋다고 하셨어.

 

외삼촌은 삼양라면이 좋다고 하셨어...

 

 

라면이 처음 나온 1963년엔 10, 70년대 후반 50, 80년대 90, 90년대 초 220, 90년대 말 450, 2000년대 750원까지. 라면 값은 잘도 올라.

 

 

 

 

 

헌데 가격이 오른 건 라면 뿐이 아니었어. 전체 물가도 지속적으로 올랐어. 이걸 인플레이션이라고 하잖아.

 

 

 

돌이켜보면 중-고등학교 사회시간에 물가가 지속적으로 오르고 화폐가치가 떨어지는 인플레이션이랑 같이, 반대로 지속적으로 물가가 떨어지고 화폐 가치가 올라가는 디플레이션을 배웠던 거 같거든. '지속적이라는 게 당최 얼마 동안을 의미하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살면서 그닥 그렇게 물가가 내려가는 디플레이션을 경험해본 적이 없는 것 같아.

 

어느 날 나는 의문이 들었어. 왜 라면 값은 떨어지지 않는 거지? 마케팅으로 세일해서 싸게 파는 거 말고 디플레이션으로 전체 물가가 내려가는 그런 시기가 있었나? 인플레이션이라는 게 생긴다면 그만큼 디플레이션도 생겨야 하는 게 자연스러운 거잖아. 아니 사람들이 합의해서 일정량의 돈을 만들어 사용하고, 종이돈이나 동전이 훼손되는 만큼만 보충하면 돈의 양은 일정하게 유지가 될 거고, 그럼 교과서에서 배운 대로 수요와 공급에 따라 물가는 오르기도 내리기도 할 텐데.

 

물가가 거의 오르기만 하는 문제는 돈이 일정량만 유지되지도, 훼손되는 만큼만 보충되지도, 돈의 종류가 여럿이지도, 않다는 데 그리고 나아가 은행은 어떻게든 망하지 않는다는 데 그 이유가 있었어.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간다고 해 보자고. '물결님 잔잔하게 우리를 보우하사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하게 하옵시고기도를 해보지만 늘 무탈할 순 없는 거잖아. 때로는 하늘로 솟는 파도를 타기도 하고 한편은 더 큰 파도를 맞고 물속에 잠기기도 할 테니까. 이때 폭풍우를 없애려고 덤비는 건 무모한 짓이야. 폭풍우가 자연스레 지나갈 때까지 버티고 살아남는 게 현명한 거지. 헌데 신의 손을 자처하야 능력 밖의 일을 다룰 재간이 있다는 무모한 데가 있는 듯.

 

 

 

돈의 양이 많아지면 물건 값이 오르고, 물건 값이 오른다는 말은 돈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말과 같습니다. 과자 한 봉지가 500원에서 5,000원이 되었다면 전에는 10,000원으로 과자를 20봉지 샀었는데 지금은 2봉지 밖에 못삽니다. 돈의 가치가 떨어져서 과자를 예전처럼 많이 살 수 없는 거죠. 그러므로 돈은 적당하게 있어야 한답니다. 모든 나라의 중앙은행들은 자기나라에 돈을 적정한 수준으로 공급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출처: 한국은행 경제교육 - 어린이 경제학

 

한국은행은 세상에 돈이 적당하게 있어야 한다고 하고 그걸 위해 열심히 하고 있다고 하네얼마만큼이 적정한 수준이라는 거지? 경제가 성장하는 만큼말이 안 돼. 1. 인간이 하는 행동 중에 무엇이 경제활동이고 아닌지를 구분해서, 2. 현재의 상태를 파악하고, 3. 그걸 분석해서, 4. 미래를 예측하는 게, 과연 가능할까? 또한 경제 규모가 커진 만큼만 화폐를 발행하고 적당한 양의 돈을 적당한 기간 동안만 적당히 유통하는 일이 가능하다고? 허튼 짓을 열심히 하는 것만큼 명분 좋고 수습 안 되는 일이 없어요.

 

Impossible is nothing이라는 스포츠웨어 캐치프레이즈 같은 불굴의 의지로 통화정책을 펼쳐서 물가를 적정하게 유지하겠다는 말은 동네 약장수의 이 약 한번 잡숴봐로 시작되는 약팔이 멘트나 다름없어그 약 한번 잡수면 멀쩡하던 곳도 어떻게 이상해질 지 모르는 거랑 똑같아. 그저 기준금리에나 까딱까딱 손대면서 뭔가를 바로잡기 위해 무진 애를 쓰는 척 하는 거, 배울만큼 배우셨다는 분들이 모여서 하고 있는 일이라는 게 너무 시시하잖애.

 

화폐를 독점발행, 독점유통하고 그 때문에 생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또 통화정책을 펼치는 그런 허튼 수작 3종 세트를 시전하면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는 말로 합리화해버리면, 스스로 자괴감이 들진 않을까 걱정이 돼서 그래. 그런 선민의식과 위선은 멍멍이나 줘버리고 혼란의 짐 진 자들 모두 여기 내려놓는 게 어때. 교황방한을 기념해 이참에 고해성사를 해 보는 것도 방법이지. 목구멍이 포도청인 건 엘리트도 마찬가지인지라 허튼 숫자놀음을 해서라도 먹고는 살아야겠어서 그랬던 거라고. 괜찮아질 거야. 내란음모도 아니라는 마당에. 

 

(2부에 계속)

 

 

햄버거 가게는 안 가면 그만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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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hgroove (2014.08.18 09:56:20)
N사 같은 경우에는 라면이 `서민의 음식` 이라는 정치적 이유로 사실상 판매금액이 정부의 통제하에 있다고 해도 무방합니다. 여러 정부(정치)의 개입으로 가장 가격이 왜곡되어 있는 식품 중 하나인것 같습니다.
이유진 (2014.08.18 13:06:39)
아아 그렇군요. 판매금액이 정부의 통제하에 있다는 부분이 궁금하네요. 라면도 이통사 요금제처럼 정부에 미리 가격정보를 제출하고 승인받아야 하나요?
jhgroove (2014.08.18 13:14:39)
네 업계1위인 N사의 경우가 그러니 사실상 N사가 승인을 받을 시에만 나머지도 가격을 올릴수 있는.. 사실상 그런 구조라고 보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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