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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원 (미디어워치 편집장)

"기성세대와 전혀 다른 신세대가 등장했다"고?

이문원 | 2014.09.11 20:12 | 조회: 732 | 덧글보기(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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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신세대론'이란 게 있다. 사실 어느 시대나 다 있었을 거다.

 

"요즘 젊은 애들 큰일이다"라고 적혀있었다던 고대 점토판 도시전설까지 가지 않더라도, 세대 간 가치관 충돌이란 건 사실 당연한 일이고, 그에 따라 이들을 외계인 취급하는 '신세대론'이란 것도 사실 어느 시대에나 존재했을 거다.

 

문제는 이런 개념이 산업논리로 들어갔을 때다. 타 세대에 대한 편견으로 산업적 방향성을 모색하다보면 반드시 오류가 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폐해는 생각보다 클 수 있다. 당연한 얘기지만, 대중문화산업에서도 이미 등장한 바 있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 2011년 최건용 한국영상연구소 소장이 맥스무비에 기고한 칼럼 '한국영화, 오늘의 위기는 왜 왔는가'다. 내용 중 '신세대' 관련 언급을 살펴보자.

 

2.

 

"향후 주관객층들은 지난 20년간의 주관객층과 ‘다르다’는 점은 한국영화현장에서 가장 많이 놓치고 있는 점일 수도 있다. 한국영화의 화려했던 지난 20년을 경험한 ‘우리’는 ‘여전히’ ‘그 관객들’을 중심으로 영화를 기획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앞으로 주관객층은 그 관객들이 아니다. 지난 20년을 이끌어줬던 관객이 60년생~70년생이었다면 향후 한국영화 시장을 소비해줄 주 관객층은 80년생~90년생의 세대이다. 따라서 이들 관객층의 특성이 향후 소비되는 영화 콘텐츠의 변화에 중심이 되어야 한다. 이들은 1986년 아시안 게임, 1988년 올림픽 게임, 2002년 월드컵 등을 통해 국가적 자긍심이 이전 세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 또한 그 어느 세대보다 세계여행, 해외연수 등의 경험이 많아 국제화 의식 또한 높다. (중략)

 

또한 서태지 이후 화려한 MTV 세대인 만큼 영상적인 이해수준과 비판적 안목이 높다. 특히 이들은 직접 각종 영상물을 촬영, 편집, 유통까지 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어 스스로 다양한 종류의 콘텐츠 개발을 할 수 있고 그만큼 새로운 장르의 문화적 수용력이 높다. 특히 2000년대 들어 인터넷의 발달로 짧고 간결하게 의사를 전달하고 이해하는데 필요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갖춘 집단이기도 하다. 즉 다양하게 흡수할 수 있는 능력과 다양하게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동시에 갖춘 세대이다.

 

또한 청소년 시기에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대를 거쳐 자아의식과 가치관 형성이 이루어져 비판의식과 기존의 관습적인 것을 부정하는 비판의식과 개혁성향으로 차별화하고 개성화 하는 성향을 보인다. 그러면서도 월드컵 응원을 통해 엔터테인먼트 성격의 광장과 촛불시위를 통해 정치적인 성격의 광장을 경험했다. 이처럼 평화적이면서도 더 큰 규모의 공동체 의식과 실천적인 행동을 통해 어느 세대보다 자기의사 표시하는 세대이기도 하다."

 

3.

 

뭐 대충 어디서 많이 들어봤을 법한 얘기다. "기존의 관습적인 것을 부정하는 비판의식과 개혁성향으로 차별화하고 개성화 하는 성향" "어느 세대보다 자기의사를 표시하는 세대" 등등의 대목이 특히 그럴 거다. 이런 게 대략 지금 신세대에 대한 '기본인식'이다.

 

근데 그럼 다음 글을 한 번 읽어보자.

 

"아니 저게 누구냐? 아무래도 우리집 애 같지 않다. 언제부터인가 낯선 사람같이 느껴진다. 거리에서 직장에서 "아, 이런 사람도 있었나" 하고 놀라본 적이 있을 것이다. 도대체 이게 어느 나라 사람이며 누구집 자식이냐, 어디서 무엇을 보고 배운 사람이기에 이럴 수가 있냐고 아연실색해본 경험 말이다.

 

멀쩡하게 공부 잘하던 학생이 대학 졸업을 얼마 앞두고 휴학을 하겠단다. 병? 천만에, 그는 건강하고 착한 모범생이다. 휴학 사유가 걸작이다. 한라산에 새로운 등산로를 개발해 보겠다는 것이다. 당신 아들이, 후배가, 제자가 이 말을 했을 때 당신의 다음 반응이 궁금하다. 어렵게 입사를 하고도 상사가 까다롭게 군다고 휴직을 해야겠다는 청년도 있다. 양가집 총각이 사창가 아가씨와 결혼을 하겠다고 우긴다.

 

산더미처럼 일이 밀렸는데도 사규에 따라 정시 퇴근, 그리고 휴가를 가겠다고 나서는 신입사원에게 당신은 무엇이라고 대꾸하렵니까? 얌체, 아니면 조금 돌았다고 하겠습니까? 데려다 야단이나 칠 작정입니까?"

 

뭐 크게 위 최건용 소장의 신세대 묘사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그런데 이건 2010년대에 씌어진 글도, 심지어 21세기에 씌어진 글조차 아니다. 1987년 출간된 정신과의사 이시형 박사의 서적 '신인간, 무서운 신세대의 정신풍속도' 서문 중 일부다. 무려 27년 전 신세대론이란 얘기다.

 

그때 그 신세대는 지금 50대에 들어서, 딱 최건용 소장이 말하는 신세대 자녀를 두고 있다. 부전자전? 그런 게 아니라, 그냥 저런 게 모든 기성세대의 눈에 비친 신세대의 모습일 뿐이란 거다. 언제나 기존 관습체계를 부정하는 전혀 다른 존재, 개혁적인 존재, 자기의사를 확실히 표현하는 존재로 보인다. 그런 판단을 바탕으로 원인을 파고 들어가니 88올림픽이니 서태지니 영상세대, 비판의식 등등의 코드가 따라붙게 되는 거다. 연역적 추리의 한계다.

 

4.

 

뭐 그렇다고 저런 분석이 애초 틀린 것이라 가정하는 것도 또 심한 얘기일 순 있다. 그러나 적어도 하나만큼은 분명하다. 적어도 지금 대한민국 상황에선 절대 저렇지가 않단 점이다. "모든 신세대가 다 띨 수밖에 없을 듯한" 개혁적이고 자기의사를 확실히 표현하는 개성적인 세대라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2010년 동아일보가 제기한 바 있는 G세대, 즉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 1988년 서울올림픽을 전후해 태어났으며, 외동 자녀 비율이 처음으로 50%를 넘어선(1985년) 시기에 등장한 세대개념을 놓고 각계인사들을 인터뷰한 자료가 가장 적절한 예가 된다.

 

해당 인터뷰에서 JYP엔터테인먼트의 실질적 수장 박진영은 "G세대는 겉보기엔 개성이 강한 것 같지만, 실제로는 모든 학생이 학원·학교·과외와 같은 획일적이고 꽉 짜인 틀 안에서 자랐다"며 "무기력한 로봇 같은 측면이 있고 심지가 약하다"고 평가했다. 최건용 소장 규정과는 거의 정반대에 위치한 평가다.

 

소설가 김영하 역시 "부모 세대와 달라서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똑같아서 문제"라며, 이들도 부모세대와 똑같이 일류 대학·고액 연봉·정규직 일자리를 갈망한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고도성장기에 청춘을 보낸 부모세대와 달리 성장속도가 둔화된 경제대국에서 자란 탓에 풍요로운 시대에 살면서도 '패배자(loser)' 기분에 젖기 쉽다는 지적이다.

 

또한 동아일보가 이들 G세대에게 "우리사회에서 성공하기 위해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란 질문을 던지자, 1위는 놀랍게도 인맥(20.6%)으로 나왔다. 이어 실력(20.4%), 돈(18%), 인간성(16.2%) 순이었다. '글로벌 마인드'는 멀찍이 떨어진 5위(9.7%)였다. 부모세대의 사회적 고정관념과 별 다를 것도 없었다.

 

물론 이밖에도 신세대를 규정하는 미디어 기획은 수없이 많았다. 그와 함께 N세대, IP세대, P세대 따위의 용어가 속속 등장하기도 했다. 말은 다들 그럴싸했지만, 실제 이들을 인터뷰해보거나 이들에 대한 기성세대 시각 등을 보면 답은 거의 비슷하게들 나왔다.

 

신세대는 '전혀' 새로울 게 없는 세대라는 것이다. 오히려 너무 기성세대와 똑같아서 문제란 얘기가 더 많았다.

 

5.

 

사실 당연한 일이다.

 

현재 신세대들은 막 사춘기에 들어서기 직전 IMF 금융위기를 맞았거나, 애초 그 시기 즈음 태어난 세대다. 이른바 '불황세대'다. 고도성장기의 완전고용 신화 같은 건 들어본 적도 없고, 어느 정도 풍족한 시대상황 속에서 자신의 인생만은 고난을 겪고 있단 피해의식들을 공유하고 있다.

 

그럼 이런 세대들은 과연 어떤 성향을 띠게 될까. 1990년 버블붕괴로 우리보다 먼저 이런 세대들을 양산해낸 일본의 유행어를 보자.

 

"로-틴(老ティ-ン)

 

10대 초반인데도 어른 흉내를 내며 다 늙은 척하는 애늙은이 세대. 경제 불황 속에서 자라나 지극히 보수적인 사고방식을 지니고 있으며, 실제로 경험해 본 것은 아무것도 없음에도 모든 것을 다 아는 척한다.

 

지나칠 정도로 안정 지향적이어서, 행복을 추구한다기보다는 불행하지 않은 삶을 유지하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다. 자기 속마음을 절대 드러내지 않으려하는 습성이 있다. 한 마디로, 삶에 대한 적극성이 떨어지며, 조숙 내지는 조로하고 싶어 하는 욕구가 강한 세대."

 

우리와 별로 다를 것도 없다.

 

6.

 

결국 최건용 소장의 '신세대론'은 오히려 산업논리의 일부로 적용됐을 때 폐해를 끼칠 수 있는, 다소 위험한 분석이었던 셈이다. 그리고 이런 식의 '신세대론'은 비단 대중문화산업 분야에만 등장하고 있는 게 아니란 건 자명하다. 다음은 필자가 언젠가 썼던 대중문화 관련 칼럼 중 일부다.

 

"예술에는 '혁명'이 존재할 수도 있겠지만, 대중문화시장에는 '혁명' 따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직 혁명처럼 포장된 답습만이 존재할 뿐이다. 그리고 그게 대중문화산업으로서 올바른 결론이 맞다. 진정으로 대중을 이해하고, 대중을 위하는 결론이다.

 

그러니 근본요소들은 조금씩 조금씩만 이동시킨 뒤, 마치 큰 발걸음을 뗀 것 같은 기분, 혁신적인 것을 소화해낸 듯한 쾌감을 마케팅을 통해 대중에 선사하는 것이 바로 대중문화산업의 목표라는 것이다."

 

좀 냉소적인 얘기긴 하지만, 늘 맞는 얘기다. 적어도 대중문화산업에 한해서만은 그렇다. 근본적으로 '신세대'란 건 모든 시대의 젊은 세대들을 독려시켜 상품을 팔아치울 목적으로밖에 설정되지 않는 허상의 개념에 가깝다. '신세대'는 딱히 존재하지 않지만, '신세대를 위한 상품'은 존재한다는 식이다. 그렇게 신세대 담론은 영원히 같은 사이클로 돌아가고, 그렇게 신세대 상품은 계속 같은 모습에 포장만 달리한 채로 같은 체인 안에서 돌아간다.

 

그리고 고대 점토판엔 이렇게 씌어있단다.

 

"요즘 젊은 애들 큰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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